비포 미드나이트 [2013]
2013/12/26
1995년작 비포 선셋을 봤을 때 많이 놀랐습니다. 캐릭터의 디테일함을 그려낸 말도 안 되는 각본에 놀랐고 (웬만한 영화 세네 편을 찍을 수 있을 정도의 대사량...) 그보다도 남자들은 하루도 안 되는 동안에 횡단여행 중인 미국인 청년 제시가 소르본느 대학에 다니는 지적인 여대생 셀린과 육체관계까지 진전될 수 있다는 설정에도 놀랐었습니다.
보통 남자들은 마음에 드는 여자를 처음 만났을 때나 초능력을 발휘해서 그렇게 말을 많이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되지만 그 순간이 지난 이후에는 그런 능력을 유지할 수 없을 텐데... 영화 제작자들은 그 남자의 능력을 더 유지시키게 했죠. 작가로 살아가게 했다는...
세월이 흐른 후 비포 미드나이트에서 남자주인공은 일반적인 남자들이 구사하는 대화와 달리 비틀었다가 뒤집었다 하는 능력이 더 늘었고요 여자주인공이 가진 캐릭터도 달라진 바 없습니다. 하지만 차이는 있지요. 꿈으로 가득 찼던 예전에 비해 자녀를 키우는 지금은 현실적인 문제를 두고 물러설 수 없는 의견 차이를 가지게 되었습니다. 셀린은 육아에 대한 부담이 커서 좀 더 불만족스러운 상황이고 스트레스도 많이 쌓여있기도 합니다.
그러다가 전화 한 통으로 인해 파국을 향해 치닫게 됩니다. 살아온 궤적이 평탄치 않고 지켜야 할 것이 많은 자는 자유를 누릴 수 없는 모양이고 표독해지게 되는 모양입니다.
대단한 각본이고, 그렇게 많은 대사를 롱 테이크로 잡다니 정말 대단합니다.
말만 가지고 세상의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왔다 갔다 한 것 같은 다이내믹스를 느낄 수 있는 영화였습니다.




